“누구를 위한 전기인가” 공주에서 터져 나온 송전선로 백지화의 외침

(사진 설명 : ‘공주시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원회’ 공식 출범. 백지화 대책위원회(c))

12월 29일 오전, 공주시 농업회관. 겨울의 찬 공기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단단했다. 이날 공주시민들은 ‘공주시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며, 주민 동의 없는 송전선로 건설 계획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대책위는 출범 선언문에서 송전선로를 단순한 국가 기반시설이 아닌 “집 위를 지나고, 아이들의 미래를 가로지르며, 조상 대대로 이어온 농지와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결연했고, 선언문 한 줄 한 줄마다 그간 누적된 분노와 무력감이 묻어났다.

“누구를 위한 전기인가. 누구를 위한 국책사업인가.”

선언문에 담긴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수도권 전력 수요를 이유로 지방과 농촌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아 온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다. 공주시민들은 왜 늘 선택권 없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주민 동의 없는 사업이 관행처럼 추진되는지 되묻고 있었다.

대책위는 주민 동의 없는 모든 송전선로 계획의 전면 백지화, 형식적인 설명회가 아닌 실질적 주민 참여와 결정권 보장, 환경 파괴·건강 피해·재산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책임과 대안 제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절차와 존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가깝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공주는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다”라는 선언이었다. 공주는 사람이 살고, 농사가 이어지고, 역사와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개발 논리 속에서 자주 지워지는 ‘사람의 삶’을 다시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날 대책위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갈라지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싸움이 특정 마을의 민원이 아니라 공주시 전체, 더 나아가 지방이 더 이상 일방적 희생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존엄의 선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출범식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송전선로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고, 공주시민의 권리와 생존권이 지켜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의 목소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전력 안정’이라는 대의가 누구의 삶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공주에서 다시 던져졌다.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앞으로의 갈등을 줄일 수도, 더 키울 수도 있다. 이제 공은 행정과 사업 주체에게 넘어갔다.(공주뉴스=최용락 기자)

작성자 공주뉴스